본문 바로가기

눈으로 읽는 라디오

[책] 시집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편지 세심한 거짓 이별

 

 

 

 

 

 

 

오늘은 시집을 가지고 왔어요. 몇 년 전에 사두고 계속 꺼내서 보는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시집이에요.

 

 

 

'광수생각'의 박광수 작가님이 엮으신 시집으로 삶의 고비마다 읽어온 '100편의 시'라고 해요. 삶에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을 때마다 자신을 붙들어 주는 힘은 '시'였다고 하네요. 저도 고등학생 때부터 시를 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어떤 작가님의 시인지는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 하지만 시를 읽고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을 나만의 이야기로 다시 쓰는 걸 좋아해서 자주 노트에 적고 핸드폰 메모장에 적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요즘은 사느라고 지친 건지 아니면 감정에 메마른 건지 시를 자주 읽지도 못했고 나만의 이야기도 자주 쓰지 못했어요. 

 

 

 

그래서인지 다시 읽고 싶어 지는 마음이 마구마구 생겨서 읽다가 100편의 시 중에서 제가 좋아하던 '편지'라는 시에 작년에 써두었던 시라고 하기에는 부끄럽고.. 그냥 저의 글이 생각나서 좋은 시집과 시도 소개해드리고 제가 썼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가지고 왔어요. 

 

 

 

그럼 하인리히 하이네의 편지 먼저 읽어보시고 라디오 시작할게요.

 

 

 

 

 

<편지>

 

 

당신이 보내 준 편지를

나는 마음에 두지 않으렵니다.

당신은 쓰셨어요,

'이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라고.

하지만 그 편지는 너무 길었지요.

 

열두 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정성스레 깨끗이 쓴 글씨.

진정 당신이 나에게 싫증이 났다면

이토록 세심하게 쓸 리가 없잖아요.

 

 

_하인리히 하이네

 

 

 

 

 

"    <이별의 종류>

 

네가 내게 보낸 카톡을 봤지만

첫 문장 빼고 읽을 수 없더라

 

이제 널 사랑하지 않아, 아홉 개의 글자

너의 첫 문장.

 

하지만 이어지는 셀 수 없는 수많은 문장들이

왜 너의 첫 문장이 거짓이라고 말하는 걸까.

 

넌 내게 쓰라린 이별을 보내왔지만

난 너의 거짓과 아픔이 뒤섞여 문장에 숨겨진 진심을 받았다.

 

우리 이별의 종류는

세심한 거짓 이별이었다.

 

 

 

 

 

 

 

제가 작년에 써뒀던 글이에요. 지금 현대에 맞춰서 써보고 싶어서 썼던 거 같아요.

 

 

 

사랑에만 종류가 있는 게 아니라 이별에도 많은 종류가 있잖아요. 편지 마지막에서 '세심하게 쓸 리가 없잖아요.'를 읽는데 세심한 거짓 이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고요. 과연 저런 이별을 고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요?

 

 

 

사실 만나지 않고 이별을 한다는 게 저에게는 익숙하지도 않고, 어찌 보면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항상 했었어요. 하지만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를 읽고서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편지 혹은 카톡, 문자 같은 글로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는 그 이유가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한 선택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도 사랑하는 이를 보면서 거짓으로 이별을 고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일 테니까요. 그리고 그 사람을 보내주고 싶은 마음에 아직 사랑한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선택을 했겠죠.

 

 

 

하지만 정말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 사람의 편지, 카톡, 문자에 담긴 문장만 봐도 알겠죠. 그 문장들을 받게 된 사람은 따뜻한 햇살에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는 느낌일 것 같네요. 그 사람의 사랑이 묻어 나와서 너무 따뜻하지만 불어오는 이별을 막을 수 없어서 코끝이 빨개지고 찡해지는 느낌이요. 딱 그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여러분은 따뜻한 햇살 아래, 차가운 바람을 같이 이겨낼 사랑을 하시면 좋겠어요.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